나이가 들면서 감정이 더 무뎌질 줄 알았다.
어릴 땐 뭐든 예민하게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냥 무던해질 거라 생각했다.
근데 오히려 반대였다.
사소한 말에 오래 마음이 머물고
어떤 날은 괜히 서운하고
아무 일도 없는데 울컥하는 날도 있었다.
그런 감정들을 나 스스로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왜 이렇게 복잡해졌을까.
예전엔 별일 아니었을 일들에
왜 이렇게 마음이 흔들릴까.
누가 그러더라.
나이가 들면 감정은 깊어지는데
그 깊이를 표현하는 법은 더 서툴러진다고.
그 말이 참 와닿았다.
내 감정이 어딘가에 눌려 있는 기분이었다.
그게 표현이 안 되니
답답함으로 쌓이고
때론 분노로 터져 나오기도 했다.
MBTI 결과에서 INTJ는
감정보다 이성을 먼저 앞세운다고 한다.
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그 말에 조금 위로를 받았다.
그동안 나만 이상한 줄 알았으니까.
감정을 잘 말하지 못하는 내가
미성숙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그게 성향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있는데
그걸 말로 풀어내는 게 어려웠던 거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감정을 몰라줄 때
서운하기보단
그저 설명을 못 한 내 탓 같았다.
그런 나에게 MBTI는
감정을 말로 꺼내는 연습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이제는 조금씩 써보려 한다.
그날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게 분명하든 흐릿하든
기록해보려 한다.
말이 안 되더라도
적어보면 뭔가 보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숨기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연습.
그게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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