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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아니 몇 주가 됐을지도 모른다.
팔이 계속 아팠다.
시큰하고, 욱신거리고,
문득 팔을 들거나 움직일 때마다
‘아…’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그런데도 병원에 가기 싫었다.
이런 통증은 원래 있는 거라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괜히 아픈 척하는 것 같아서,
누구에게 말하는 것도, 병원 가는 것도
계속 미뤘다.
그러다 오늘,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나를 이끌었다.
“이제 그만 좀 참고 가자”고.
병원에 도착해서 물리치료실로 향했다.
익숙한 듯 낯선 풍경.
하얀 형광등, 정갈한 커튼,
침대에 누워 올려다본 천장.

몸은 가만히 누워 있었지만
생각은 한참 멀리 있었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참았을까.’
‘이렇게 아플 때, 나는 왜 아무 말도 못할까.’
몸이 아프니까
마음도 같이 처졌다.
누워 있는 내 모습이
괜히 작고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물리치료를 받는 동안
따뜻한 열이 어깨에 닿고,
기계 소음이 규칙적으로 울릴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건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이라는 걸.
회복은 어쩌면
아프다는 말을 용기 내어 꺼낸 순간부터
시작된 거였는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냥 ‘병원 다녀왔어’라고 하기엔
마음속에 남은 게 많다.
내가 오늘 병원에 간 건
팔이 아파서만이 아니라
나를 너무 오랫동안 참아온 것에 대한 사과였던 것 같다.
이제는,
아프다는 말도
조금은 미리 해보려고 한다.
#몸의 신호 #병원에서#기록하는 나#아픈 하루 #회복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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